“비비크림, 달팽이크림, 마유크림, 마스크팩, 쿠션 등 ’사라진 별‘ 다음은?”
35년여 화장품 외길을 걸은 성신여대 김주덕 뷰티융합대학원장은 지난 6월 4일 화장품수출사관학교 조찬 간담회(화수협 주최)에서 “먼저 제품을 만들고 팔 곳을 찾던 K-뷰티의 현주소를 성찰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화장품산업과 미래 전략’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김 교수는 “화장품산업은 △스킨케어의 미용법 고안 △BB크림·쿠션 화운데이션·가성비 좋은 스킨케어·시트 마스크 등 대표상품 발굴 △선진국 수준의 제조능력 △중국시장 특수 등에 힘입었다”라며 “글로벌 top 3로 도약한 기반은 혁신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들 상품은 ‘사라진 별’이 되었고, K-뷰티는 중국시장에서 가격이 무너지고 수익성이 떨어지며 J-.뷰티에 밀리면서 위기에 빠졌다는 진단이다.
김 교수는 “현재 글로벌 공룡과의 경쟁에서 빅2 외에 어느 화장품기업이 지속할까? 57만명의 뷰티사업의 창의적 에너지가 거품처럼 사라질 위기다. 시장 경쟁 원리에만 맡긴다는 것은 세계시장의 구도를 모르고 하는 말”이라며 일침을 놓았다. 반도체·자동차·철강·조선 등에서 보듯 국가미래 사업차원의 지원이 결정적이라며, 중국이 따라오고 공룡들의 반격으로 K-뷰티에겐 시간이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는 “옥석을 가리되 공룡의 먹이로 사라지지 않도록 국가 미래 차원의 지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①10년 전부터 국내시장 포화, 화장품사업 투자는 적정 수준의 10배 이상 이미 투여(중국 특수에 따른 무분별한 자본과 인적 투자로 구조조정 중) ②해외시장 진출하려면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해외시장 개척 경험 인력 절대적 부족 ③제조·원료개발·브랜드뿐 아니라 해외 유통채널과의 협업과 공략 중요 ④온라인은 글로벌이 아닌 개별국가/region 접근 필요 등의 현실에 부닥쳤다는 분석이다.
김주덕 교수는 “넘치는 생산 capa에도 투자를 지속해야 하고, 중소 브랜드 홍수 속에서 신속하고 질서있는 업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누가 할 것인지 구심점이 없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화장품산업의 ESG 대응 문제 △원천기술 부족 △클린뷰티 열풍과 함께 국내 유전자 활용 사업화 기술 확보 △디지털기반 화장품 기술 개발 △필수 고부가가치 기초소재 개발 △글로벌 규제와 경쟁국의 미래기술 대응 등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난제가 수북이 쌓여 있는 상태라는 현실 자각이다.
때문에 김 교수는 “정부가 추진하는 뉴딜펀드에 화장품산업이 바이오헬스분과로 겨우 편입된 상황에서 본질적인 지원이 많이 부족하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들이 힘을 모아 뉴딜펀드가 실질적으로 화장품산업이 성장하는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30여 년만에 찾아온 대한민국 소비재 산업의 천우신조 같은 기회의 불씨를 살려야 하는 시점에서, 화장품산업에 특화된 구조조정 자본을 토대로 K-뷰티의 인적·물적 자원이 사라지지 않도록 전열을 가다듬어 해외시장의 재도약을 모색해야 한다는 쓴소리다.
김주덕 교수는 “중국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수출을 활성화하려면 ▲수출중심사고→현지 사업중심 사고 ▲수입업자에 목매달기 보다 결국 소비자라는 인식 중요 ▲수입유통사와 소비자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적 제휴(분명한 적은 경쟁 브랜드) 등이 필요하다”라며 “소비자와 유통사 모두에게 신뢰를 쌓으려는 노력과 인내는 필수다. 혁신을 멈추지 말아야 하며, 기본(basic)에 충실한 마케팅·유통전략, K-culture라는 우산아래 K팝·K드라마·K패션과 협업 등으로 인지도를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물론 업계 이익을 우선하는 ‘선공후사(先公後私)’의 동업자 정신을 높이도록 화장품산업의 구심점 확보도 중요하다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조찬간담회 참석자들은 “화장품산업 전체를 돌아볼 수 있는 흔치 않는 강의였다”, “교수님의 경험과 함께 혁신 제품 탄생 비화를 들을 수 있어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다”, “나무가 아닌 K-뷰티라는 숲을 볼 수 있어, 인사이트를 얻는 기회였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간담회는 온라인 및 대면형식으로 30여 명이 참석했다.